능력과 음악을 창·방패 삼는 한국의 ‘음악대통령’ _슈퍼 베팅_krvip

능력과 음악을 창·방패 삼는 한국의 ‘음악대통령’ _베타엔돌핀을 발견할 수 있다_krvip

"'그들만의 리그' 소리를 듣는 음악은 싫어요. 친절하고, 관객을 이해시킬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류재준(39)은 폴란드의 '음악대통령'으로 불리는 현대 작곡의 거장 펜데레츠키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작곡가다. 진은숙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곡가로 자리 매김한 그가 부쩍 바쁜 행보를 이어가며 한국 음악계의 심장부로 파고들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창설한 서울국제음악제(SIMF.5월22-30일) 예술감독으로 최근 선임된 데 이어 30일에는 자신의 대표작 '진혼미사곡'과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담은 음반이 세계 유명 음반사 가운데 하나인 낙소스(Naxos)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된다. 23일 광화문에서 만난 류재준은 자신의 음악과 철학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는 "그동안 폴란드와 유럽이 주요 근거지다 보니 국내에서는 눈에 띄는 활동을 안 한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 한국 음악계에 도전장을 던지려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첫 포문은 예술감독을 맡은 서울국제음악제(SIMF.5월22-30일)로 연다. "국내에는 음악 축제가 너무 많아요. 문제는 대부분 진부하고, 자기들끼리의 잔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는 "클래식은 오래됐다고 클래식인 게 아니라 역사에서 인정을 받고, 시간 속에서 가려진 최고의 작품을 의미하는데 한국 음악계는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평범한 관객을 끌어들일 만한 재미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고, 그저 물건을 진열하듯 쭉 깔아놓고, 손뼉 치고 끝난다"고 쓴소리를 했다. 류재준이 예술감독을 맡은 서울국제음악제는 '음악을 통한 화합'이라는 주제 아래 동양과 서양, 거장과 신예를 망라한 여러 음악가가 어우러지는 무대로 차별을 꾀한다. 무슬림 바이올리니스트 아이만 무사하자예바, 이스라엘 바이올린 연주자 로이 실오아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개막 공연은 음악제의 취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폴란드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이 계기가 됐다. 이 음악제를 통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추모곡으로 작곡한 그의 2007년작 '진혼미사곡'(Sinfonia Da Requiem)이 세계 초연됐고, 서울국제음악제를 준비 중인 임성준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이를 보게 된 것. "임 이사장은 자신이 평생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이뤄낸 것보다 음악 한 곡이 더 큰 일을 한 것 같다며 음악으로 평화와 화합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음악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아달라고 하더라고요" 레퀴엠 본래의 장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풍기는 '진혼미사곡'은 현지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으며 10분이 넘는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내달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아시아 초연되는 '진혼미사곡'을 포함해 류재준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곡은 피아노협주곡, 첼로협주곡 등 모두 11곡. 그의 서울대 은사인 강석희 교수는 "재준이가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천재성이 엿보여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하지만 류재준 자신은 천재형이 아니라 노력형이라고 말한다. "귀도 나쁘고, 피아노도 못 치기 때문에 저는 1분짜리 곡을 만들려면 1시간 분량을 써야 해요. 대신 제가 쓴 곡에 대해서는 철저히 믿는 편이예요. 자기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데, 관객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겠어요" 류재준은 작곡이 본업이지만 음악평론가와 음악 사업가를 겸하고 있기도 하다. 음악잡지인 '음악춘추'에 10년째 칼럼을 쓴 그는 "작곡도 결국 음으로 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면서 "논리를 구축하는데 글쓰기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음악교육 업체 '오푸스(OPUS)'를 설립해 음악 교육에 뛰어든 이유는 기계적인 연주 능력 배양에만 혈안이 된 한국의 음악 교육 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재능있는 아이들을 골라 죽어라 음악만 시키는 한국의 음악 교육 관행은 기형적"이라면서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줘 평생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음악을 통해 문화 전체를 느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재준은 이스라엘 출신의 유대인이지만 사비와 시간을 들여가며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음악 교육에 힘쓰는 지휘자 바렌 보임을 존경한다고 했다. "예전에 보임을 직접 만났을 때 왜 힘들게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러자 '남들이 못할 거라면 나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제 능력과 음악을 창과 방패 삼아 다음 세대를 위해 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